(리뷰) Williamson Tea - "Earl Grey"
이번 포스팅은 최근에 구매하였던 Williamson Tea의 Earl Grey의 리뷰 입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코끼리 모양의 캐디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만, 한국에서 보기는 쉽지 않은 차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Dean & Deluca에서 몇 종류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되는 종류에 한해서는 쉽게 구할 수 있답니다!
저도 수입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강남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서 진열된 코끼리 캐디들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가, 계속 코끼리가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하였지요.
사실 주문한 것은 "Duchess Grey" (Twinings "Lady Grey"의 Williamson Tea 버젼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였습니다만,
뭔가 오더가 삑살이 났는지 Earl Grey가 왔습니다...?
어차피 목적이 코끼리 캐디였고, 비스무리한 것이기도 하니 별다른 아쉬움 없이 포장을 개봉해버렸습니다.
사족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라벨링이나 온라인 판매에서나
Duchess Grey를 "디셔스 그레이"라는 정체불명의 독음으로 표기하고 있더군요. 어떻게 읽어야 저렇게 나오는거지...??
[리뷰]
회사 | Williamson Tea (ENG) |
이름 | Earl Grey |
종류 | Earl Grey (teabags: bulk-styled) |
다원 | Kaimosi Farm |
용량 | 50g (20 teabags) |
가격 | ₩33,000 |
앞서 말했듯이 Williamson Tea는 그 특유의 코끼리 모양의 캐디로도 유명합니다만,
다른 회사들이 주로 전통적인 인도 혹은 스리랑카산 찻잎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아프리카 케냐에서 차를 생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4개의 다원에서 크게 4종류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며
Earl Grey는 케냐의 Kaimosi Farm이라는 다원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베르가못 오일은 지중해산을 쓴다고...)
적지않은 균일한 강수량을 지난 짙은 녹림의 그늘에서 차를 키우는 다원이라고 하는데 다원 설명부터가 겁나 특이합니다!
참고로 Williamson Tea는 아프리카의 코끼리와 코뿔소를 보호하는 단체인 The David Sheldrick Wildlife Trust와 파트너 관계이며,
코끼리 캐디가 하나 팔릴 때마다 이 단체에 1파운드씩 기부를 하여 코끼리와 코뿔소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리뷰에는 간단한 개봉기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종이포장 제거 前/後) 코끼리 캐디의 모습! 원래 주문했던 Duchess Grey는 보라색 캐디에 담겨올 예정이었습니다.
이것도 예쁘니 만족스럽습니당! 이것으로 코끼리와 코뿔소 보호에 1파운드를...
캐디의 뚜껑을 따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 포장을 뜯으면 티백들이 나오지요.
한동안 잎차만 사왔기 때문에 티백을 사보는건 꽤나 오랜만입니다.
Williamson Tea는 잎차도 팔지만 잎차들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고 있는듯 합니다.
어차피 요즘은 주로 학교 열람실 지정좌석에서 티타임을 즐기니, 티백이나 사체 형식으로 된 걸 사는게 편하기도 하네요.
포장을 뜯! 상큼한 베르가못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베르가못 향이 꽤나 강렬하군요! 오오 아프리카의 기상인가...
안에 들어있는 티백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캐디와는 다르게 겁나 대충 만들어놓은 것 같은 벌크 스타일의 티백입니다.
심지어 티백끼리 살짝 붙어있는걸 뜯어야 했어서 처음에 보고 쫌 당황했네요-_-a
따지고 보면 이거 티백이 대충 하나에 1600원이나 하는 겁나 비싼 차인데 말이지요....
아프리카의 강건하면서도 투박한 느낌을 나타내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티백에 꼭다리는 좀 달아주시지...?
열람실에서 생각없이 이놈을 우리다가 '아 이거 꼭다리 없지....'하고 당황해서 칫솔 같은걸로 어떻게 건져낸 적이 몇번이나 있습니다-_-
티백을 해부해보면 안에는 이런 것이 들어있습니다.
잎이라기보다는 가루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꽤나 고운 가루인지라 역시 뜯고나서 좀 당황했습니다만,
저의 스트레이너는 촘촘하기 때문에 이 해부 된 겁나 비싼 티백이 낭비될 일은 없습니다!
시향을 해보면 베르가못의 향도 매우 강렬하지만, 일반적인 얼 그레이 차들과 달리 홍차의 향도 상당히 묵직한 편입니다.
사진은 귀찮아서 찍지 않았지만, 아까 캐디를 두르고 있던 종이커버 밑바닥에는
1티백을 컵, 혹은 티팟에 넣고 2분 기준으로 우리라고 나와 있습니다.
300ml 기준으로 우려서 스트레이트와 밀크티로 모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쨘-
잔은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커피잔입니다.
한 잔이 딱 150ml가 나오기 때문에 300ml를 반띵하기에 몹시 적절하여 동원 됐습니다.
스트레이트는 2분, 밀크티는 스트레이트용을 먼저 따라내고 쬐끔 더 우려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단 2분을 우려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아쌈이나 브렉퍼스트 블렌드를 오버타임해서 우려낸 마냥
엄청나게 검고 진한 색깔이 나옵니다! 오오 검은 대륙의 기상?
제가 평소에 선호하는 얼 그레이는 색깔이 밝고 투명하면서도 산뜻한 바디감을 지닌,
레몬 한 조각을 넣어먹기에 적합한 것들인데 이건 그것들과 꽤나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셔보면 역시 그런 산뜻한 얼 그레이들과 사뭇 다릅 느낌입니다.
티백에서 강렬하게 풍겨오던 베르가못의 향은 우려낸 차에서는 생각만큼 큰 존재감을 내뿜지 못합니다.
다만 입 안에 잠시 머금고 목으로 넘길 때에는 향이 올라와서 분명한 피니시를 주기 때문에 존재감이 결코 없지는 않습니다.
베이스 홍차의 맛은 매우 묵직하고 강렬하며, 섬세하기보다는 강직하고 투박한 느낌입니다.
여느 아쌈이나 브렉퍼스트 블렌드에 뒤지지 않을, 아니 어찌보면 더 강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네요.
300ml 2분으로 비교적 짧게 우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수렴성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 차를 처음 개봉했을 때에 스트레이트 티로 3분, 4분씩 우려서도 먹어봤는데요
그랬다가는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올 정도로 강력한 수렴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검은대륙의 웅혼한 기상의 탓도 있겠지만서도, 애초에 티백이 저렇게 벌크 스타일로 생긴 것부터 해서...
아무래도 이 티백 하나로 티팟 하나를 우려야 분량이 맞는게 아닌가 싶습니다-_-a
하지만 빈한한 자취생인 저의 자취방에 티팟 같은 것이 있을리가요...
부유하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부디 꼭 티팟에 우려보시고, 나중에 후기를 알랴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머그잔에 우리실 것이라면 2분보다 짧게 우리시는 것을 매우 권해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한번 우려내고 티백을 재활용하시는 것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재탕을 하면 적당한 바디감이 있으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은 베이스에 베르가못의 상큼함이 외려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이와 별개로, 300ml 기준으로 티백 하나를 2-3분 정도 우려내면 정말로 썩 괜찮은 밀크티 베이스가 됩니다!!
저는 까페 같은 곳에서 얼 그레이로 밀크티를 하는 것을 항상 잘 이해하지 못해왔습니다만,
(밍밍하기도 하고, 베르가못이 우유/설탕과 그리 좋은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이 차만큼은 워낙 강한 차이기에 밀크티에 어중간한 아쌈이나 브렉퍼스트 블렌드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우유를 타면 수렴성도 잘 잡히고, 약간의 베르가못 피니시까지 들어있는 맛있는 밀크티가 되지요.
결국 이 비싸신 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아침 밀크티용으로 활약하게 되었답니다.
여러모로 의외성이 넘쳐서 이 회사의 다른 차들 (개인적으로 "Purple Blush"가 좀 궁금한데, 국내 수입이 안 되고 있네요)도
하나쯤 시도해보고 싶기도 한데요,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인데다가 이 Earl Grey도 제 취향에 맞지는 않는 차였기 때문에
근미래에 Williamson Tea의 다른 차를 살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또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색색의 코끼리 캐디들을 모아놓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고...-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