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포스트입니다. 역시 뭐든지 공부가 아닌 것은 안 바쁠 때에 미루다가 시험기간에 해야 제맛입니다-_-)/




지난번 리뷰에서 Silver Pot의 "2015 Assam CTC Hatimara BPS"를 소개하며 잠시 언급했던 바로 그 다즐링입니다.


같은 2016년 후쿠부쿠로에 들어왔던 Silver Pot의 여러 다원차 중 하나지요.



이 차도 어느새 정말로 한 줌만 남았는데, 이번에는 긍정적인 이유입니다!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소비하였기 때문.


어느날 봉투 밑을 들여다보다가 이 차가 조금만 남게 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매우 슬퍼하며 아껴먹고 있습니다.


대신 이것저것 다른 차들을 건드리고 있어요.





[리뷰]




 회사 

Silver Pot (JPN)

이름

2015 Darjeeling First Flush Samabeong FTGFOP Spring Blossom

종류

Darjeeling (loose leaf tea)

다원

Samabeong Tea Estate

등급

FTGFOP 

용량

100g (을 33g씩 중분) 

가격

홈페이지價 3240 (*후쿠부쿠로로 구매)



같은 100g 분량이었던 "2015 Assam CTC Hatimara BPS"의 약 3배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ㅁ-!


하이 그레이드 다즐링의 위엄.....일까요? 


애초에 다즐링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차 중에서 가격이 비싼 축은 아닌 것 같고, 


이 차도 퀄리티와 등급을 생각해보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 되지만요.




아무튼, 인도 西벵갈 쪽의 Samabeong Tea Estate에서 나온 다즐링입니다.


뭐, 애초에 다즐링에서 나와야 다즐링이니 다원의 위치 자체가 별로 특이할 것은 없을 것 같지만은요,





얘는 다즐링 이름을 달고 차를 낼 수 있는 다원 중 오리지날 다즐링 동네?에서 제법 떨어져있는 곳에 속하는 다원 출신입니다.



위 그림의 초록색 표기 지역이 '다즐링'을 생산할 수 있는 다원들이며, 


저기 우측 상단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진 곳이 바로 칼림퐁 쪽에서 다즐링을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다원 중 하나인 Samabeong Tea Estate. 



좋은 다원에서 생산된 높은등급의 다즐링이니 그 맛이 나쁠래야 나쁠리가 없습니다. 







오리지날 봉투는 함께 공구를 한 다른 분이 가져가셔서, 중분을 한 은박 봉투와 함께 찍어보았습니다.






건엽의 close-up 샷.


이미 거의 다 먹어가던 참인지라 봉투의 밑바닥을 박박 긁어올린 상태입니다-_-



첫물(First Flush) 다즐링 답게 두물 혹은 그 이후의 다즐링들보다 더 밝은 초록색 빛을 간직하고 있군요. 


향을 맡아보면 홍차 특유의 구수함과 더불어 첫물 특유의 알듯말듯한 풀내음과 꽃향이 함께 올라옵니다.


그러나 다즐링들이 대개 그렇듯, 강렬한 향기가 아닌 은은한 향입니다. 







이 차는 스트레이너를 이용해서 우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다질리언 쪽 샵에서 샀던 스트레이너로 기억하는데, 마침 다즐링을 우리기에도 뭔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스트레이너로 차를 우려내는 과정입니다. 300ml에 3분.


이 다즐링을 마실 때에는 가급적 스트레이너를 사용해서 우리는 편입니다.



갓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에 올라오는 그 향기가 유독 좋아서 스트레이너 위에 고개를 올리고 향을 맡으려구요. 

하아 하아 나의 다즐링쨩은 오이시 하면서도... 



아찔하게 올라오는 복합적인 풀향과 꽃/과일향을 가만히 느끼고 있다보면 상쾌해지면서도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드는지라,


이렇게 차를 우려내는 짧은 3분여의 시간이 이 차를 마시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차를 마시는 것 자체도 물론 즐겁지만요! 







다 우려내고 스트레이너 제거.


물기를 머금고 촉촉탱글해진 찻잎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습니당.






차를 우려내는 데에 사용한 잔은 '생명의 화가'로도 알려지신 국중효 화백(교수)님의 <봄의 소리> 시리즈 패턴의 머그입니다.


부모님이 화백님께 그림 한 점과 함께 선물받으신 머그 셋트 중 하나가 어쩌다가 저의 자취방에...



마침 꽃샘추위가 스러지고 완연한 봄날씨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이 차의 이름에도 'Spring Blossom'이 들어가니 적절한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즐링은 쓰지 않고 달달한 초콜렛과 함께 먹는걸 좋아하여 티푸드는 페레로 로쉐로!




차의 맛은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여러차례 예고한 바와 같이 훌륭 그 자체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차알못인데다가 그나마 짧은 차 경험의 대부분을 아쌈과 브렉퍼스트류로 해왔기 때문에


실론과 다즐링, 특히 다즐링의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를 맛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번에 후쿠부쿠로로 온 실버팟의 다즐링들을 맞이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얼마 안 되는 다즐링들은 그리 양질의 것들이라고 하기 힘든 것이었구요.



때문에 하이 그레이드 다즐링의 경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시는 순간 경쾌한, 그러나 결코 가볍지는 않은 부드러운 바디감과 함께 은은하게 꽃향과 머스캣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차를 입 속에 머금고 있다가 목으로 넘기려는 찰나에 그 상큼한 머스캣 포도의 맛이 입 안을 감싸주며 산뜻한 피니시를 줍니다.


첫물차인데도 머스캣향과 맛이 매우 또렷하게 느껴지는군요.  


양질의 첫물 다즐링은 마치 샴페인과 같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좋은 차를 마시며 느껴지는 행복함에 대해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끔 해주는 차로,


따스한 봄날 양지바른 곳에서 꽃구경을 하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 잔을 나누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사보고 싶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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