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5월과 6월은 여러모로 마음의 여유가 (그리고 실제로 시간도) 없어서 블로그에 손길이 쉽사리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차는 꾸준히 마셨기 때문에 비워버린 틴과 쌓인 리뷰거리들은 많네요.
얼추 사진들은 찍어놓았고 메모도 해 두었기 때문에 그 리뷰들도 하나씩 천천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이번 리뷰 대상은 저번에 예고했듯이 "Winter White Earl Grey"와 함께 주문했었던 "Yellow & Blue"입니다.
[리뷰]
회사 |
Harney & Sons Fine Teas (USA) |
이름 |
Yellow & Blue |
종류 |
Herbal Blend of Chamomile, Lavender, and Cornflowers (teabags: sachet-styled) |
용량 |
26g (20 sachets) |
가격 |
$ 9.99 |
지난번 같은 회사의 차를 리뷰하며 소개하였듯이, 이 회사는 미국 Connecticut 주에서 시작하여 현재 New York주에 사무소를 둔 회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차를 괜찮은 가격에 팔고, 전반적으로 차들이 매우 깔끔한 피니쉬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여 좋아라 하는 브랜드이지요.
국내에서 사기만 좀 더 편했으면 좋겠는데...-_-a 국내에 티하우스도 내고 있으니 차 판매도 속히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Yellow & Blue"는 카모마일, 라벤더, 그리고 수국을 블렌드한 허브 블렌드 차로,
그 이름에 매우 충실하게도 아름다운 노란색과 파란색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는 건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번쩍번쩍하거나 너무 강렬, 화려한 색감들은 또 아니기 때문에
그 블렌드의 클래식함에 어울리는 살짝 색이 바랜듯한 수수하고 고풍스러운, 그리고 예스러운 멋을 가지고 있지요.
이 아름다운 노란색과 푸른색의 대비를 보자 곧바로 떠오른 그림들이 세 점이 있어 엽서를 꺼내 함께 배치해 보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예기치 않게 가장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리뷰가 되어버렸네요ㅋㅋ
세 그림은 오른쪽 위, 아래, 왼쪽의 각 순서대로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Girl with a Pearl Earring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의 <Field with Wheat and Crows (까마귀가 나는 밀밭)>
다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Milkmaid (우유 따르는 여인)> 입니다.
셋 다 네덜란드 거장들의 그림인 만큼, 작년 여름 헤이그 국제공법 아카데미에 연수를 갔을 때 모두 실물로 본게 자랑입니다.
베르메르의 그림들도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본 모든 그림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 반 고흐의 <Field with Wheat and Crows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었습니다.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저 그림 앞에 서자, 별안간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적막함과 쓸쓸함, 그리고 막막함이 파도처럼 덮쳐와
순간 공황상태에 빠진듯이 멍하니 그 앞에 서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만큼 인상깊고, 압도적인 그림이었습니다.
그 감동 때문에 저 그림의 캔버스 레플리카나 포스터라도 사려고 기념품 점에 갔더니,
기이할 정도로 유독 이 작품만 모조품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보일 정도로 진품과의 느낌 차이가 심하여 사지 않았더랬습니다.
진퉁의 아우라란....
그런데 아무래도 이 "Yellow & Blue"의 바랜듯한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색감은 고흐의 그림보다는 베르메르의 그림,
그 중에서도 왼쪽의 <Milkmaid (우유 따르는 여인)>의 느낌에 보다 흡사한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은 기가막힌 빛의 사용과 사물의 배치, 아름다운 색감의 어우러짐을 통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경건함을 표현한 것으로,
왜 베르메르가 렘브란트와 더불어 빛의 거장으로 불리우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명화라고 할 수 있지요.
어찌보면 정말이지 "Yellow & Blue"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잡설이 좀 길어졌네요-_-a
건엽의 close-up 샷입니다. 모든 티백은 해부되어야 한다! 옆의 사체로 봐도 참 예쁘지요?
가운데 있는 저 카모마일 왕건이가 좀 유독 돋보여서 압박이기는 합니다만...
사진 상으로 잘 안 보일지도 모르나 카모마일은 저 알갱이 뿐만 아니라 수국과 더불어 무수한 작은 가루로도 밑에 깔려 있습니다.
덕분에 카모마일의 양이 의외로 많아 사체 하나가 생각보다 통통하답니다.
시향을 해보면 카모마일 특유의 냄새와 라벤더의 향이 느껴집니다만, 수국의 향은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라벤더에 좀 가려져서 그런지 잘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라벤더의 색은 참 좋아하지만 차로 마실 때의 향을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라
라벤더가 너무 강한 차면 어떡하나...하고 걱정은 했습니다만, 라벤더의 양이 솜씨있게잘 조절 돼있는지,
아니면 그냥 카모마일이 워낙 이빠이-_- 들어 있어서 그런지 라벤더의 향은 은은한 포인트 정도가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자, 이제 우려봅시다!
틴 옆면에 쓰여진 "허브 티를 올바르게 우리는 방법"에 따르면
끓는 물에 5분 우려낸 차를 (사체 하나 당 2잔이 나온다고) 예열한 잔에 따라내라고 하네요.
리뷰를 위해 해부해버린 사체를 스트레이너를 통해 우리는 점을 빼고는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우려낸 샷.
마침 작년 네덜란드의 그림과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으니, 잔 역시 네덜란드 돋는 놈을 꺼냈습니다.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지만 왼쪽에 있는 비둘기 문양의 빈 잔은 예전에 Tavalon의 "Serenity"를 리뷰할 때 썼던,
제가 작년에 연수를 다녀오며 직접 사온 네덜란드 평화궁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있는)의 100주년 기념 잔입니다.
차를 담아낸 소형 머그잔은 저 100주년 기념 잔이 나오기 전에 평화궁 기념품점에서 팔던 구형?의 기념컵입니다.
신형 100주년 기념잔도 사실 그리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놈은 보이는 바와 같이 겁나 건성으로 만들어졌고, 머그잔 치고도 작고 못생겼습니다-_-
비교해보니 더 못나보이기도 하고, 새삼 디자인의 상당한 진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네요.
저 구형잔은 지금으로부터 7년도 전에 누나가 연수원 학회에서 유럽 연수를 갔을 때 사다준 놈입니다.
정말이지 엊그제 같은 일인데, 세월이 참 무섭게도 빨라요.
쪼메 더 가까이서 찍어보았습니다.
차를 우려놓고 잠시 멍때리다보니, 5분을 좀 초과해버렸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수색이 좀 진하게 나와버렸군요...
하지만 이제 다 먹어서 남은건 저 옆의 사체 하나 뿐이었기에, 리뷰를 위해 다시 우리는 일 따위는 없는겁니다-_-
아무튼 수색은 보시다시피 노르스름하면서도, 묘한 초록빛을 띄고 있습니다.
노랑과 파랑을 섞으면 초록색이 나오니까 이 차의 배합비율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비스무리한 색이 나온 것 같기도?
향은 생각보다 얌전하여, 라벤더나 수국 향이 강하게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차를 마셔보아도 느낌은 비슷하여, 카모마일이 지배하는 바탕 위에 라벤더는 적당한 포인트만 되는 정도입니다.
수국의 존재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앞서 말했듯이 강한 라벤더향과 맛을 꺼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잘 조절된 블렌딩의 균형이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 때문에 동시에 단점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라벤더의 존재감을 적당히 억누르기 위해 라벤더의 양 자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정도에서 멈춘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카모마일이 이빠이...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우려내도) 카모마일의 농도가 상당히 짙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 차를 좀 마시다보면 과도한 카모마일 맛에 물려버리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차가 식으면 식을 수록 그 물려버리는 느낌은 더 강해지고, 행여나 너무 진하게 우려냈다면 개인에 따라 좀 역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요.
그러니 차라리 좀 연하게 우리시면서 사체를 재활용 하시고, 차가 식기 전에 빨리 마시시는 것을 권합니다.
카모마일을 매우 좋아하셔서 짙은 카모마일의 농도가 상관 없으시면서도,
카모마일에 적절한 포인트가 될 무언가를 원하셨던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P.S.
이 차는 제가 알기로 사체 형식 뿐만 아니라 잎차 봉투로도 팔텐데요,
잎차로는 사지 않으시는걸 권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가루가 워낙 많아서 관리하기도 까다로울 뿐더러,
스트레이너나 인퓨져를 사용해 우려내면 그 모든 것이 곤죽...이 되어 버려서 뒷처리도 그리 유쾌하지가 않네요-_-
깔끔한 사체를 사용합시다! (해부 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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